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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18학번 권순원_공인노무사 시험 합격

등록일 2026-02-01 작성자 철학과 조회 100

안녕하세요, 철학과 18학번 권순원입니다.

저는 2025년도 제 34기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고, 졸업 후에는 노무법인에서 수습을 받을 예정입니다.

수험의 계기와 핵심에 대해 짤막하게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수험의 계기: 나의 의미

저는 약 8년 전인 2018년 동국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습니다. 팔정도에 처음 올랐을 때 가장 먼저 마주했던 것은, 코끼리나 부처님이 아니라 청소노동자들의 플랜카드였습니다.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학교 당국을 상대로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시위(학교가 청소업무를 위탁하고 하청사가 이 위탁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간접고용이 아니라, 학교가 직접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하라는 시위)가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마주한 것들은 고용승계, 하청간접고용, 고용불안, 직접고용, 파업, 대체근로, 직장점거 등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는 저에게 질문이 되었습니다.

철학은 질문의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맑스는 질문의 관점을, 헤겔은 질문의 논리를 만들어줬습니다. 철학과 공동체는 질문을 던지고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줬습니다. 한 강사님은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비판적 질문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전수해주었습니다. 선배들은 토론을 통해 질문을 더 날카롭게 해주었습니다. 동기들은 공감해주었고, 후배들은 질문이 어떻게 더 설득력을 가지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왜 노동자의 고용보다 자본의 이윤추구가 우선되는가?” 당시 저의 질문이었습니다.

공인노무사 시험 준비는 이 질문에서 비로소 시작했습니다. 질문이 없었다면, 시작도 없었을 것입니다. 더 정확히는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던진 질문들로 세상을 해석했습니다.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보았습니다.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드는 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공인노무사란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수험에 있어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직 시험 준비가 평생 자격증으로 경력 쌓아서 돈 많이 벌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한 것이지 무슨 의미 타령이냐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합격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붙을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불확실한 합격을 위해 많은 돈과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가족에게 미안하고 친구들과는 멀어집니다. 이 부조리(?)를 견디기 위해서는 합격의 의미보다 나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 그리고 우리 철학과 공동체는 나의 의미를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질문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철학은 때에 따라 이들을 적절히 구성하고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철학과 공동체는 수업과 토론, 학생회 학회 등 공동체적 실천을 통해 훈련의 공간이 됩니다. 몇 년 동안의 시간이 지나 철학과에서의 경험이 응축되면, 어렴풋이 나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험의 핵심: 자기관리

저는 20221월부터 20258월까지 약 4년의 기간을 준비했습니다. 202210월까지 군대에서, 그 후부터는 관악구 고시촌에서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2번의 1차 시험과 3번의 2차 시험 끝에 합격했습니다.

오랜 수험생활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수험이란 무엇일까 많이 고민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수험이란 자기를 관리(management)하는 것입니다. 경영학의 맥락에서 관리란 목표달성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plan), 실행하며(do), 결과를 검토하고 다음 계획에 반영하는 (see) 과정입니다. 자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관리의 방식이 나와 적합(fit)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험을 한다고 할 때 다음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1)달성할 목표가 무엇인가?(최종합격부터 오늘 할 일까지) (2)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계획은 무엇이며,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어떠한가? (3)목표와 달성방법이 나, 그리고 나의 조건과 적합한가?

 

많은 공부방법론이 있고 나에게 적합한 방법론을 찾아야 하지만, 핵심은 현출(내용을 실제로 답안지에 써내려가는 것)입니다. 시험범위의 내용을 암기하는 것을 투입이라고 하고, 그것을 쓰는 것을 현출이라고 합시다. 우리는 주로 수험공부가 투입->현출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험범위의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하고 난 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고 어쩌면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강사님들과 합격생들이 말하는 것은, 수험공부는 현출->투입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써야할 것, 쓸 수 있는 것을 정하고 물음에 따라 재구성해야 합니다. 내용은 광범위하지만 교수님께 체점되는 것은 결국 내가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 시기마다, 각 과목마다, 각 강사님들마다 구체적인 방법과 노하우가 있지만 이를 여기서 구구절절 적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인노무사 수험 자체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심지원 선생님께 문의 주시면, 메일 주소 전달하겠습니다. 

 

학우 여러분이 걸어가시는, 혹은 걸어가실 모든 길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