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17학번 이득연 학우_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Development, Environment, and Cultural Change 석사과정
철학과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과 17학번 이득연입니다. (2017-2023 재학)
감사하게도 이 페이지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받아 이렇게 저의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Development, Environment, and Cultural Change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하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다 보니 글이 너무 길고 지루해지는 것 같아 최대한 많이 덜어내고 왜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실제 생활은 어떤 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학과에 문의주세요. 제 개인 연락처를 전달드릴거에요!
소개 및 근황
저는 2023년 8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Development, Environment, and Cultural Change 석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2025년 5월 졸업을 목표로 석사논문을 작성 중입니다. 제가 재학 중인 학과는 이름이 너무 길어 노르웨이 내에서 SUM으로 불리는데요, SUM은 Senter av Utviklig og Miljø의 줄임 말로, 노르웨이어로 개발 및 환경 센터 라는 뜻입니다.
현재 작성중인 석사 논문의 주제는 The impact and threat of disinformation generated by deepfake technology: Analyzing the New York Times (US) and Chosun Ilbo (South Korea) in 2024(가제)로, 인공지능 시대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을 통한 페이크 뉴스의 확산과 이에 대한 뉴스 채널의 네러티브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각각 총선과 대선, 선거철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뉴스)가 어떻게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는지를 주요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학과의 이름과 석사 논문의 주제가 조금 동떨어져 보일 수 있으나, 다행히 학과 특성상 학제적 연구를 강조하다 보니 제가 원하던 주제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주제 선정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논문 주제를 정하던 시점 학사 마지막 학기에 수강했던 ‘인공지능과 철학’ 과목에서부터 계속 이어져오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대학원 진학 계기
저의 대학원 진학 계기를 아주 솔직하고 단순하게 정리해보자면 노르웨이에서 살고싶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1-2달 여행으로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삶을 살아보고 싶었기에 현지 취업을 꿈꾸게 되었고, 그를 위해 현지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왜 노르웨이였나?
2021년 하반기, 저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로 6개월 간의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197일동안 노르웨이 오슬로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말 혹은 글을 통한 어떠한 언어의 형태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만 처음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한 순간부터 지내는 내내, 항상 마음이 편안했고 행복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해외에 갔고,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는 것이었으며, 영어도 능숙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희한하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모를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제 첫 기숙사방을 떠올리자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마치 세상을 날아다니는 듯한 자신감과 자유로움이 오롯이 행복으로 녹아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단순히 ‘너무 좋고 행복했다’로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여행을 오고 싶다기보다는 이 곳에서 좀 더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2021년 10월즈음부터 적극적으로 이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 왜 노르웨이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등등의 이야기는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준비 과정
해외 대학원 진학에는 나라별, 대학별로 절차와 필요한 서류들이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저는 오로지 노르웨이내의 대학교만을 목표로 하여 지원했으므로, 이 부분의 정보는 다소 한정적일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도 특히 오슬로대로 다시 돌아와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었기때문에, 저는 고민 끝에 오로지 UiO(University of Oslo)와 비교적 오슬로 가까이에 있는 USN(University of Southern Norway)에만 지원했습니다.
유학원에 등록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준비를 했기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또, 제가 이미 노르웨이의 대학을 어느정도 경험하며 전반적 시스템에 대한 시야가 있었기에 좀 더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화와 환경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서류를 준비할 때도 제가 정확히 이해하고 맞는 서류를 준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서류를 요구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관련하여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메일 문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너무 지나치게 자주 보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궁금한 점이 있거나 무언가 명쾌하지 않을 때 가장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곳은 학교의 입학담당 부서 뿐이기에, 질문이 있을 때마다 잘 정리해두셨다가 메일을 보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외에도 저는 추가적으로 네이버 카페 등 관련 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적어도 노르웨이 내에선(제가 지원을 했던 시점에서), 지원 수에 한계가 있거나, 원서비가 있지는 않았습니다.(다만 현재 노르웨이에는 유럽 외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학비가 적용되어 2년 과정에 학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저의 준비 과정을 좀 더 세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과정은 크게 6단계입니다.
1. 목표 국가 정하기
2. 목표 학교/학과 or 지원 가능 학과 찾기
3. 희망 학과의 입학 기준 및 필요 서류 확인하기
4. 필요한 서류들 준비하기(지원 학과 별 상이)
5. 지원 완료 후 결과 기다리기
6. 합격 시 학교 측의 안내에 따르며 비자 신청/기숙사 신청(나라 및 학교 별 상이) 및 출국 준비하기.
목표하고자하는 학교를 찾으셨다면, 그 학교에서 지원하고 싶은 혹은 지원이 가능한 학과를 찾아야합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 홈페이지 내에 가이드 페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여기에 본인의 정보를 입력하면 필요한 입학 요건들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어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사 졸업장, 성적표, 공인인증 영어 성적, 지원하고자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선이수 학점이 모두 충족되었어야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Motivation letter(자기소개서와 비슷한 개념)을 작성해야했는데 이는 학과마다 상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선이수 학점의 경우 우리나라의 학점 제도와 유럽의 학점 제도가 달라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다만 교환학생 당시 10ects=6학점 정도로 대략적으로 학점을 계산하여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 대학원 진학 당시에도 이 계산법을 사용했습니다.(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역시 가장 정확한 확인 방법은, 학교의 입학관련 부서에 메일을 보내 문의하는 것입니다.
영어 성적의 경우, 저는 토플을 선택해 응시했습니다. 제가 지원할 당시, 오슬로대에는 각 영역과 전체 점수에 기준이 있고 모든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기에 매우 압박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한 달 동안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고, 다행히 한 번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여 바로 지원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원 후에는 대략적 합격 통지 기한을 염두에 두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저의 경우 2022년 6월까지 마지막 학기와 졸업 논문을 마치고, 7-8월 토플 학원에 다니며 영어 성적을 준비했습니다. 그 후 8-10월 3달동안 자기소개서, 지원서 등을 검토하며 지원 준비를 마치고 10월 말 즈음 지원서 접수 종료 기간에 맞춰 지원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2023년 3월 말, 메일을 받았습니다. 1지망 대학교에서 지원한 두 개 학과 모두 불합격을, 2지망 대학교에서는 합격을 받아 일단 노르웨이에 가자는 마음으로 출국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5월, 대기 명단에 올랐던 오슬로 대학교 2지망 학과에서 최종 추가 합격 메일을 받아 5월부터 7월 약 3달 간의 기간동안 비자를 신청하고 출국을 준비했습니다. 이후 드디어 7월 31일, 노르웨이 오슬로행 비행기에 다시 한 번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 후 돌아온 오슬로(실제 생활에 대하여)
꿈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석사 생활의 첫 날, 저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돌아가야하나? 싶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잘 모르는 학문을 잘 모르는 언어로 처음 경험해보는 환경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예상했던 것의 몇배로 어렵고 두려웠습니다. 더군다나 기존에 제가 해왔던 공부와 학문 자체로, 그리고 학습 방식 역시도 너무 다른 성격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동기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고 진심으로 행복하게 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수업때마다 그 반짝이는 눈빛들이 부러웠고, 나는 왜 저렇지 못하나 자책을 거듭했었습니다.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하루하루였음에도 온갖 종류의 압박으로 압도당한 마음에 배움보다는 좌절감과 불안이 더욱 커져갔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바라고 꿈꾸며 여기까지 왔는데, 한 학기만 열심히 다녀보고 결정하자는 결심으로, 매일 수업에 갔습니다. 아침이면 알람 소리가 두려웠고 지하철에서 몇 번을 내리지 말까 고민했고, 과제는 너무 어려워 손대기도 어려웠으며 3시간의 수업 시간 내내 그냥 울고만 싶었지만 그래도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름대로 적응을 해가며 그만큼 또 정말 값진 배움을 많이 얻었던 첫 학기였습니다. 첫 학기를 마친 후 다시 한 번 해보자는 힘을 얻었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지막 학기에 다다랐습니다. 여전히 수업은 어렵고 힘들지만 이전만큼 과제가 불가능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래도 많이 발전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들기는 합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마다 곁의 고마운 이들이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고 도대체 왜 그토록 노르웨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고민이 되어 의지가 흔들릴 때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순간들을, 계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이야기들
오슬로 대학교의 합격 메일을 받던 날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실체도 분명치 않고 그 무엇도 보장되지 않은 길을 오로지 꿈이란 이유 하나로 갈망해왔는데, 그 꿈의 문을 열고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출국을 준비할 때 교환학생때와는 새삼 그 무게가 달라 가족, 친구들과의 이별이 한없이 두려웠고 힘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이 길이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길인지, 잘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몇 번이고 흔들려 또 힘들었습니다.
종종 6개월 간의 좋은 기억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기엔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자신 있게 일단 해보는 거지! 외쳤지만 사실 속으론 많이 두려웠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길들과 포기를 결심한 가치들에 대하여 정말 후회하지 않을지 고민이 잇따랐지만 이 길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의 소리를 믿고 따라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말
여느 생활이 그렇듯, 좋은 점도 그렇지 않은 점도 많습니다. 다만, 명확한 동기와 의지가 있지 않다면 그저 선망으로만 이어 나가기에는 힘든 생활이 분명합니다.
때로는 지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많지만,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꿈꿔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생활에서 만날 때 모든 어려움이 눈 녹듯 녹아내립니다. 특히 노르웨이 생활을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다보니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어려움은 감당할 수 있겠다는,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되새기곤 합니다.
저의 경우 저의 의지에 더하여 정말 감사하게도 가족과 친구들의 큰 응원과 지원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들을 좀 더 수월하게 이겨내고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대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시 말해, 해외 대학원 진학에는 나만의 분명한 목표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의 공감도,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나를 움직일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해외에서의 도전은 많이 외롭고 힘듭니다.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도처에 놓여있고 평소에 잘 걷던 나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길에서도 쉽게 넘어지고 다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의 열망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기를 응원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걱정은 조언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그에 자신의 결정을 기대지 마세요.
저의 경험을 적다보니 다소 주관적인 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다만 모든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이 글이 해외 대학원을 준비중인 분들, 해외 대학원 생활이 궁금하셨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면적인 글에 실리지 못한 이야기들, 그 외의 질문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저에게 편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저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잘 가 닿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